책소개
<주역독해 -상경>에 이은 도서다. 상경이 인간세상에 만물(천태만상, 난리법석, 아비규환)이 생生하는 경우에 적용되는 변화의 30가지 원리를 다루고 있다면, 하경은 인간이 빚어낸 난리법석과 아비규환 이후 사람 사이에 존재하게 된 ‘예禮’의 질서를 설명하고 있다.
《주역》은 건乾에서 리離까지 30괘를 상경으로 하고 함咸부터 미제未濟까지 34괘를 하경으로 구분 짓는다. 상경의 30가지 변화는 인간 세상에 온갖 천태만상을 생겨나게 하는[生] 원인이 되는 것들이며, 하경이 담고 있는 34가지 변화는 온갖 천태만상이 생겨난 연후에[有萬物然後] 예禮와 의리義理를 필요로 하는 사람 사이의 관계맺음을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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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저자 : 강병국
저자 강병국은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사법학과를 졸업했고, 서강대학교 사학과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일찍이 ‘일음일양지위도一陰一陽之謂道’라는 《주역》 구절을 접한 순간 사로잡혀서 줄곧 이를 화두삼아 《주역》에 천착해왔다.
《주역》의 ‘역易’은 ‘변화’를 뜻한다. 그에 따라 《주역》을 영어로 번역할 때는 ‘BOOK OF CHANGES’라고 쓴다. ‘변화에 대한 책’, ‘변화의 원리가 담겨 있는 책’ 정도의 의미가 되겠다. 이러한 영어 제목이 《주역》의 성격을 잘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은 인생길에서 여러 번 선택의 순간을 맞는다. 《주역》에 따르면 인생길에서 사람은 32가지 갈림길과 마주칠 수 있다. 어느 쪽 길을 선택하는가에 따라 이후의 행로가 달라진다. 《주역》은 각각의 길을 선택했을 때 어떤 변화가 나타나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그러므로 《주역》은 선택의 시기에 참고할 수 있는 실용적인 텍스트이다.
더 나아가 종합적인 인문학 텍스트이기도 하다. 동양 사상의 양대 축인 유교와 도교가 모두 《주역》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만큼 《주역》은 풍성한 통찰을 담고 있다.
지은이는 이 책으로 인해 《주역》에 흥미를 느끼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늘어난다면 큰 보람으로 여길 것이다. 또한 많은 분들의 다양한 경험에 입각한 피드백을 이메일을 통해 받을 수 있다면 큰 기쁨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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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하경에 들어가며
일러두기
16. 함咸 대 항恒 - 함께하는 길과 한결같이 자기 주관을 지키는 길
17. 둔遯 대 대장大壯 - 때를 알고 물러나는 경우와 씩씩하게 돌파하는 경우
18. 진晉 대 명이明夷 - 힘써 날아오르는 경우와 포기하고 새 길을 개척하는 경우
19. 가인家人 대 규睽 - 한 가족이 되는 길과 반목이 생긴 경우
20. 건蹇 대 해解 - 반목을 견디며 어렵게 나아가는 경우와 반목을 해소하는 길
21. 손損 대 익益 - 손실을 대하는 자세와 수익을 거두는 비결
22. 쾌夬 대 구姤 - 결판을 내는 길과 교접하여 한 몸을 이루는 길
23. 췌萃 대 승升 - 사람을 모아 권력을 얻는 법과 먼저 권력을 잡고 나서 안정시키는 길
24. 곤困 대 정井 - 규범에 따라 갈등을 하나하나 해결하는 경우와 제도를 보수하여 해결하는 길
25. 혁革 대 정鼎 - 혁신·개혁·혁명의 길과 전통을 회복하는 길
26. 진震 대 간艮 - 전격적인 충격요법을 쓰는 경우와 버티며 하지 않는 경우
27. 점漸 대 귀매歸妹 - 점진적으로 높여가며 협상을 주도하는 경우와 불리한 조건을 감수하는 경우
28. 풍豊 대 려旅 - 관계를 더욱 풍성하게 강화시키는 경우와 목표를 좇기 위해 나그네를 자처하는 경우
29. 손巽 대 태兌 - 대세를 따라 자기 뜻을 굽히는 경우와 남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는 경우
30. 환渙 대 절節 - 도道를 찬란하게 선포하는 경우와 절제하는 경우
31. 중부中孚 대 소과小過 - 우리 가운데 믿음이 확립될 때와 믿음을 다소 과하게 실천하는 경우
32. 기제旣濟 대 미제未濟 - 원대한 목표를 달성한 경우와 목표 달성에 실패한 경우
부록 1 易(역)자의 어원은?
부록 2 8괘의 속성
부록 3 자주 쓰이는 표현
부록 4 천지인天地人 삼재三才
부록 5 리일분수理一分殊
미주
참고문헌
인명색인
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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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상경의 길은 그 속성상 예의 규율을 받지 않는 길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사師(7)의 도에 예禮의 규율을 적용하는 것은 곤란하다. 일찍이 ‘송양지인宋襄之仁’이라 하여 전쟁터에서 예를 차리려는 행동이 조롱의 대상이 된 것은 이 때문이다. 비否(12)의 길에서 마주치는 ‘비인匪人’에게는 아예 말을 섞지 말라는 것이 『주역』의 조언이지, 이들을 예禮로 대하라고 조언하는 것이 아니다. 공자 역시 더불어 말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아닌데 말을 섞었다가는 할 말을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이처럼 곳곳에서 비인이 출몰하는 것이 상경의 길이기에 기본적으로 예의 규율을 적용받지 않는 것이며, 동시에 지켜야 할 의리도 없는 것이다. --- p.546~547
『주역』이 담고 있는 64가지 변화의 도道는 결국 이를 통해 사람 사이의 관계(사회)를 생성生成하는 것이다. 이 중에서 상경은 ‘생生’하는 것이고, 하경은 ‘성成’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 듯하다.--- p.550
함咸과 항恒 두 길은, 자유를 희구하는 인간 존재가 생존을 위해서는 반드시 남과 함께해야만 한다는 근본적인 고민을 담고 있다는 사실을 이 장의 서두에서 설명한 바 있다. 군자가 항恒 대신 함咸의 길을 선택했다고 해도 근본 고민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생존을 위해, 공동체의 유지를 위해 남과 함께하는 길을 택했다 해도 군자는 여전히 인간 개체로서 자유를 희구한다. 그는 자신의 주관을 지키고 싶다. 이와 같은 욕구가 완전히 사라진다면 그는 인간 개체로서 존재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6단계에 이르렀을 때 군자는 다시 음의 태도로 복귀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는 앞서 1·2효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군자가 자신의 뜻을 견지하는 태도를 상징하는 것이다.-- p. 567~568
마땅한 곳이 아닌 데서 항恒의 길을 계속 고수하려들면 군자가 오히려 험한 꼴을 당하게 된다. 이제 군자가 물러날 때가 된 것이다. 주식시장에서 “어깨에 판다”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이다. 어깨에 팔아야 할 시점이 왔을 때 대부분의 소인들은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계속 오를 텐데 왜 팔아야 하나?’ 같은 심리 상태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군자는 안다. 지금이 발을 빼야 할 시점이라는 것을…. 이렇게 해서 군자가 물러나려 하면, 이제 더 이상 주변인들이 붙잡지 않을 것이다. 호시절에 고리타분한 얘기만 늘어놓는 군자는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쯤으로 치부하고 만다. 한편 군자로서도 어쨌든 상황이 대거 호전됐기 때문에 물러남에 있어서 심적 부담이 없다. 때문에 좋게 물러날 수 있다고 하는 것이다. 군자는 물러날 것이고 그로 인해 길할 것이다.--- p.600
새가 하늘로 날아오르는 進(진)의 이미지와 괘상을 결부해서 생각해보면, 진晉의 길 전반부는 새가 날아오르기 위한 탄력을 얻고자 땅 위에서 발을 구르는 기간이다. 기러기와 같은 큰 새가 하늘로 날아오르는 과정을 보면, 비상을 위한 탄력을 얻기 위해 한동안 힘찬 날개짓과 함께 발을 굴러야 한다. 그러고 나서야 비로소 푸른 창공으로 훨훨 날아오를 수 있는 것이다. 진晉의 길 후반부는 창공으로 날아오른 후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이미지를 염두에 두고 효사를 읽으면 이해에 도움이 된다. --- p.619
오吳나라 사람과 월越나라 사람은 서로 원수지간이다. 원수지간인데 어찌하다 보니 한 배를 타게 됐다. 한 배를 탄 이상, 태풍이 불어 배가 뒤집힐 위기에 처하면 서로 힘을 합쳐 노를 저어야 한다. 안전한 육지에 닿을 때까지는 공동운명체인 것이다. 가인家人들도 마찬가지다. 울부짖으며 후회할지언정 힘을 합쳐 필사적으로 배를 저어간다. 그 합심한 노력, 필사적인 노력으로 인해 결국은 위기를 극복하여 목적지 항구에 도착하는 것이다. 반면 부자婦子들은 당장은 위기에서 빠져나갔기 때문에 몸이 편하지만, 위기를 피하고 방관하는 것만으로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 p.657~658
張(장)을 『설문해자』에 찾아보면 ‘활에 시위를 거는 것[施弓弦也]’을 가리킨다. 활시위를 건다는 것은 건곤일척의 승부를 벌이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하지만 군자는 뒤에 마음을 바꾸어 활시위를 벗긴다. 이는 쳐들어갈 것이 아니라 혼인을 하라는 『주역』의 조언을 받아들인 결과일 것이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면 그만”이라는 속담과 부합하는 대목이 아닌가 한다.--- p.674
‘화해和解’ 역시 ‘쪼개어 살펴보는 것’에서 나왔다는 사실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화해’라고 하면 쟁점은 덮어두고 넘어가는 것으로 생각하기 쉬우나, 어원은 그게 아니라 말하고 있다. ‘쪼개어 살펴보는 것’이 ‘화해’의 어원이라면, 올바른 화해란 분쟁의 원인을 낱낱이 쪼개어 살펴봄으로써 피차간에 오해의 소지를 완전히 없애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하지 않고 쟁점을 덮어두고 지나간다면 결국 언제고 다시 다툼이 일어나고 말 것이니 올바른 화해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p.689
조직이 혼자서 간다는 것은, 조직이 자신의 본령本領에 집중한다는 말이다. 자신의 핵심 가치, 핵심역량에 집중한다는 말이다. 이는 공자가 말하는 “그 스스로 많이 하려드는 것을 덜어내는[損] 것”이다. 이렇게 하면 그 조직은 ‘허虛’로써 다른 조직을 협력자로 받아들일 수 있는 상태가 된다. 혼자서 가면 협력자를 얻을 수 있는 이유는 이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군자가 속한 조직이 “그 스스로 많이 하려드는 것을 덜어냈기에[損]” 협력자 입장에서도 신뢰하고 진정한 협력을 제공하는 것이다.--- p.711
차등 있게 대한다는 것이 누구를 차별하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중용은 가족을 대할 때조차도 차등 있게 대해야 한다 말하고 있다. 이는 누구를 차별하려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존중해야 할 사람을 제대로 존중하려는 것이 핵심이다. 모든 사람을 똑같이 존중한다고 하면 언뜻 듣기에는 좋아 보이지만, 예를 들어 부모와 이웃사람을 똑같이 존중한다는 말은 부모를 소홀히 한다는 말에 다름 아니다. 결국 각자를 합당하게 존중한다면 ‘차등’은 저절로 생겨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 p.8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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