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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글

정말 이 세상이 아무 의미 없는 곳이면 어쩌나

by dongmong 2024. 4. 16.

 

 

 

미국의 대선이 금년 11월이라고 하니, 지난 대선은 3년도 더 지난 일이겠습니다.

미국의 지난 대선에서 대통령이던 트럼프를 바이든이 이겼었는데, 당시 이를 기뻐하며 펑펑 울던 어느 미국 시민의 인터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이제 우리 아이에게 '선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좀 더 자신있게 말할 수 있게 되었어요.”

이렇게 말하며 그 사람(아이 아빠)은 펑펑 울었습니다.

트럼프가 대통령이던 4년의 세월이 그 아이 아빠에게는 너무 힘든 시간이었던 것입니다.

인종차별 등 온갖 혐오를 조장하고, 사랑, 정의, 자비, 인권, 겸손, 미덕 등등을 노골적으로 조롱해대던 대통령 트럼프, 그리고 그를 추종하는 사람들이 미국에서 득세하는 것을 보며 너무 괴로웠던 것입니다.

사랑하는 자기 아이에게 '선한 사람이 되어서' 이 세상을 살아야 하는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그는 괴로움을 넘어 두려웠을 것입니다.

정말 이 세상이 아무 의미 없는 곳이면 어쩌나,하는 두려움이 그를 사로잡았던 것입니다.

사랑하는 자기 아이에게 차마 그와 같이 끔찍한 잿빛 세상을 보게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은 불안, 두려움은 매우 근본적인 것입니다.

이 세상이 아무 의미 없는 곳이면 거기에 속한 나 또한 아무 의미 없는 존재가 되고, 거기서 살아가는 나의 삶 또한 아무 의미없는 것이 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사람은 이처럼 의미 없는 삶과 의미 없는 세상을 견디지 못합니다.

김춘수 시인이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 싶다.

고 했을 때 핵심을 정확히 파악한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들은 오늘도 불안합니다. 정말 이 세상이 아무 의미 없는 곳이면 어쩌나,하고.

펑펑 울던 아이 아빠는 이렇게 말했었지요.

“이제 우리 아이에게 '선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좀 더 자신있게 말할 수 있게 되었어요.”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를 꺾고 바이든이 당선되었을 때 조차도 여전히 '좀 더 자신있게 말할 수 있게 된' 것이지 100% 확신은 못하고 있습니다.

왜 아니겠습니까? 이 세상을 잠시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자신감을 꺾기에 충분합니다.

게다가 금년 11월로 다가온 미국 대선에서는 현재로서는 트럼프가 앞서고 있습니다.

만약 트럼프가 다시 당선된다면 그 아이 아빠는 또 한번 두려운 세월을 보내야만 할 것입니다.

그 때문에 우리에게는 역사의 기록이 소중한 것입니다.

단기적으로는 변칙과 예외가 속출하지만, 긴 시간을 두고 관찰하면 이 세상은 온갖 변화를 통해 변치 않는 하나(하늘의 뜻, 영원의 추세)를 구현해 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영원의 추세를 확인함으로써 변칙과 예외에 흔들리지 않을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그 결과 자신있게 말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선한 사람이 되어서' 이 세상을 살아야 하는 것이라고.

우리 카페의 답사 목적 역시 바로 이것입니다.

오랜 세월 사람의 마음이 내려앉은 길들을 찾아다니며 직접 확인해보자는 것이지요.

그 길들에 내려앉은 이야기(역사)에 영원의 추세가 정말 살아있는지를요.

(서촌과 북촌 답사를 다녀오신 회원님들, 영원의 추세를 확인할 수 있으셨나요? ^^)

이게 정말 살아있다고 확신할 수 있으면 오늘을 사는 나의 삶이 흔들리지 않아도 됩니다.

이렇게 해서 이 땅의 역사는 오늘 나의 삶과 연결되어 있는 것입니다.

사실은 이 땅의 역사가 쌓여서 오늘의 '나'가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오늘 나의 생각, 내가 먹은 마음, 나의 삶이 내일의 또 다른 '나'들을 만들어가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