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답사 뒷풀이 자리에서 “저는 행복하지 않다”고 잠깐 말씀드린 일이 있습니다.
이 말이 오해를 부를 수 있어서 부연설명을 좀 드리려고 합니다.
사람이 꼭 행복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불행해도 좋다는 말 역시 아닙니다.
행복과 불행 말고도 사람에게는 여러 가지 느낌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책에다가는 “자신의 팔자를 그대로 실현할 때 가장 뿌듯한 충일감을 느낄 수 있다”고 썼습니다. (원래는 ‘존재의 충일감’이라고 썼다가 ‘존재의’를 뺐다지요...)
저의 경우 요즘은 책도 잘 팔리고 여기저기서 출연 요청도 오고 하니 ‘행복’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집필하는 데만 만 2년이 꼬박 걸렸던 ‘주역독해’ 책은 잘 팔리지 않았습니다.
그럼 당시에 불행했느냐 하면 그렇지 않고, ‘이 책을 써냈다’는 뿌듯함이 있었습니다.
‘마땅히 내가 가야 할 길을 가고 있다’는 뿌듯한 느낌이 제게 있었습니다.
이런 느낌이 충일감일 것입니다.
행복이 아니라 이러한 충일감이 제 인생을 지탱하는 주요 동력입니다.
그래서 “저는 행복하지 않다”고 말씀드렸던 것입니다.
그 느낌은 사람에 따라 다릅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행복감으로 느껴지고,
어떤 사람에게는 뿌듯함으로, 충일감으로 느껴지며,
어떤 사람에게는 희열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중요한 것은,
사람이 꼭 행복해야 하는 것으로 오해하지 않는 것입니다.
시대의 풍조가,
예를 들어 매스컴에 비치는 인간 삶의 양식이 꼭 행복해야만 하는 것처럼 몰아가기 때문에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것입니다.
‘행복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나는 불행하다’는 생각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행복과 불행 말고도 다른 느낌이 있다는 것,
사람은 서로 다르며, 서로 다른 느낌을 추구한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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