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제 몸이 거의 나아서 이렇게 인사드릴 겸 글을 올려봅니다.
그동안 저의 건강을 염려해주시고 성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 인사 올립니다.
골골거리면서 누워있는 동안 얼마 전 지하철에서 찍었던 아래의 시 한편이 생각났습니다.
책에서도 소개한 바 있듯이 지하철에서 볼 수 있는 시민공모작들 중에 좋은 시들이 많이 눈에 띕니다.
이처럼 아마추어 시인들에게서 좋은 시가 나오는 이유는 삶의 현장에서 길어올려진 시들이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
퇴행성
전민정 (2022 시민공모작)
퇴행성이란 말 참 슬프다
삐걱거리는
관절보다 더 슬프다
보폭 맞추며 반듯하게 걸어온 나날
되돌아갈 수 없는 옛말
퇴행성이란 밀려난다는
밀려나서 고독해진다는
하염없이 내리는 빗소리
가슴으로 들으며
멀어지는 것들 끌어모아
자력갱생
내일의 못 갖춘 마디를 세운다
--------------------------------------------
시인은 ‘퇴행성 관절염’이란 진단을 받고는 삐걱거리는 관절보다 ‘퇴행성’이란 말이 더 슬프게 느껴졌습니다. 생각해보니 참 슬픈 말이네요 ^^;
시인은 ‘퇴행성’을 밀려난다는, 밀려나서 고독해진다는 의미로 받아들였습니다.
하지만 ‘오십에 읽는 주역’을 보신 분은 아시겠지요?
후반생은 전반생에 비해 분명 육체가 볼품없고 약해집니다. 저 역시 코로나로 골골거리며 누워있는 동안 또 한번 절감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외면이 쇠락하는 이유는 이제 내면이 성장할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후반생이라 해서 밀려나서 고독해지는 시기가 아니라 이제 도반을 진정한 벗으로 사귈 시기입니다.
시인 역시 마지막에 ‘자력갱생/ 내일의 못 갖춘 마디를 세운다’고 했을 때 비슷한 생각을 한 것이 아닐까 합니다.
'짧은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하느님, 하나님의 어원 (0) | 2024.01.07 |
---|---|
지난 주 한국으로 돌아온 안중근 의사의 유묵 '용호지웅세기작인묘지태(龍乕之雄勢豈作蚓猫之熊)' 해석 (0) | 2023.12.25 |
오늘은 일본에 남은 조선의 명품 하나를 감상해볼까요? (2) | 2023.11.22 |
추적추적 비 내리는 하루… 잠시 명품 감상을 해볼까요? (0) | 2023.11.16 |
천재 시인 릴케는 소음인일까, 태양인일까 (1) | 2023.10.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