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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글

퇴행성

by dongmong 2023. 12. 5.

 

 

안녕하세요?

이제 몸이 거의 나아서 이렇게 인사드릴 겸 글을 올려봅니다.

그동안 저의 건강을 염려해주시고 성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 인사 올립니다.

 

골골거리면서 누워있는 동안 얼마 전 지하철에서 찍었던 아래의 시 한편이 생각났습니다.

책에서도 소개한 바 있듯이 지하철에서 볼 수 있는 시민공모작들 중에 좋은 시들이 많이 눈에 띕니다.

이처럼 아마추어 시인들에게서 좋은 시가 나오는 이유는 삶의 현장에서 길어올려진 시들이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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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행성

 

                                                전민정 (2022 시민공모작)

 

 

퇴행성이란 말 참 슬프다

삐걱거리는

관절보다 더 슬프다

 

보폭 맞추며 반듯하게 걸어온 나날

되돌아갈 수 없는 옛말

퇴행성이란 밀려난다는

밀려나서 고독해진다는

 

하염없이 내리는 빗소리

가슴으로 들으며

멀어지는 것들 끌어모아

자력갱생

내일의 못 갖춘 마디를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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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퇴행성 관절염’이란 진단을 받고는 삐걱거리는 관절보다 ‘퇴행성’이란 말이 더 슬프게 느껴졌습니다. 생각해보니 참 슬픈 말이네요 ^^;

 

시인은 ‘퇴행성’을 밀려난다는, 밀려나서 고독해진다는 의미로 받아들였습니다.

하지만 ‘오십에 읽는 주역’을 보신 분은 아시겠지요?

후반생은 전반생에 비해 분명 육체가 볼품없고 약해집니다. 저 역시 코로나로 골골거리며 누워있는 동안 또 한번 절감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외면이 쇠락하는 이유는 이제 내면이 성장할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후반생이라 해서 밀려나서 고독해지는 시기가 아니라 이제 도반을 진정한 벗으로 사귈 시기입니다.

시인 역시 마지막에 ‘자력갱생/ 내일의 못 갖춘 마디를 세운다’고 했을 때 비슷한 생각을 한 것이 아닐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