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명품은 고려 이전의 명품들과는 분위기가 확 달라집니다...
위는 일본의 국보 26호로 지정된 다완(찻사발)입니다.
위와 같은 다완을 일본에서는 일반적으로 '이도(井戶) 다완'이라 부르는데, 위 작품은 그 중에서도 최고 명품으로 '기자에몬 이도(喜左衛門 井戶)'로 불립니다.
교토의 대덕사(大德寺)라는 절에 보관중인데, 이 절에 보관되기까지의 내력과 일본 전국시대에 얼마만한 가치로 평가되었는지는 다음 블로그 글에 잘 나와 있습니다.
https://m.blog.naver.com/23hyunsj/221174848609
조선에서는 그냥 '막사발'이었는데 일본에 건너가 국보가 되었다는 식으로 그동안 많이 얘기되었는데, 최근 들어 평가가 달라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최근의 경향에 대해서는 아래 언론기사에 잘 나와 있습니다.
https://www.yeongnam.com/web/view.php?key=20050831.010181933480001
이러한 이도다완의 미는 조선의 백자나 달항아리의 미와 통한다고 생각합니다.
조선의 도자기에 대해 ‘무심함의 미'라고 표현했던 존 카터 코벨의 다음 글이 참고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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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나는 유네스코 강당에서 3대의 영사기로 컬러 슬라이드를 비춰가며 한국·중국·일본의 예술형태를 통해 극동의 세 나라를 비교하는 강연을 했다. 세 나라의 특성을 한마디로 요약할 말을 찾다가 영어의 C자로 시작하는 낱말을 떠올렸다. 중국은 통제(Control), 한국은 무심함(Casual), 일본은 작의적(Contrived)이라고.
이런 대비는 삼국의 도자기를 비교해보면 뚜렷하게 드러난다. 중국 도자기는 가마와 유약의 사용을 철저하게 관리한 결과 특히 도자기에서 완벽의 경지를 이뤄냈다. 한국의 도공은 언제나 자연스럽기 짝이 없고 무심해서, 이들이 만들어낸 도자기에는 도공의 기질과 불이 어떻게 작용했는지가 그대로 반영된다.
일본인들은 15세기 이도다완 전쟁에서 보듯, 이러한 한국적 무심함을 높이 취해서 과도하게 발전시킨 나머지, 그들의 도자기는 자의식이 담긴 작의적인 것이 됐다. 일본인들은 가마에서 구워낸 화병의 한 귀를 일부러 구부리거나 깨버림으로써 한국 도자기가 갖는 것 같은 ‘무심함’의 미를 주려고 한다.
미국인이 보기에 한국 도자기의 이런 무심함은 솔직함과 통한다. 내가 일본의 교토보다 서울에서 더 편히 지내는 이유는 지극한 미소로 일관하는 교토 사람들보다 상대적으로 솔직한 서울사람들이 더 자연스럽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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