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동양학 일반

곤坤괘(2) 해석

by dongmong 2020. 9. 15.

 

 

곤坤괘(2)의 괘효사 해석 중 생각이 바뀐 부분을 정리해서 올립니다. 

아래 괘효사 중에서 파란색으로 칠한 부분이 『주역독해』로부터 해석이 바뀐 구절입니다.

 

 

坤 元亨 利牝馬之貞 君子 有攸往 先迷後得主 利西南得朋東北喪朋 安貞 吉

곤 원형 이빈마지정 군자 유유왕 선미후득주 이서남득붕동북상붕 안정 길

곤坤의 길은 으뜸으로 형통하다.

이로운 것은 암말의 정貞함(을 간직하는 것)이니, 군자가 가고자 하는 바가 있을 때, 앞에 나서면 갈피를 잡을 수 없게 될 것이며, 뒤에 거하면 주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로운 것은 서남西南에서는 친구를 얻는 것이고 동북東北에서는 친구를 잃는 것이다.

안정安貞하면 길하리라. 

 

初六 履霜 堅冰 至

초륙 리상 견빙 지

처음에 음이 오니, 서리가 밟히는 상이다. 굳은 얼음이 어는 때도 이르리라.

 

六二 直方大 不習 无不利

육이 직방대 불습 무불리

음이 두 번째에 (또) 오면, 곧고 바른 것이 위대한 것이니 익숙지 않더라도 불리할 것이 없다.

 

六三 含章可貞 或從王事 无成有終

육삼 함장가정 혹종왕사 무성유종

음이 세 번째에 (또) 오면, ‘장章’을 머금어야 정貞할 수 있으리라. 간혹 왕의 일에 종사할 때는 (자신이 직접) 이루려 하지 말되 끝맺음은 두어야 한다.

 

六四 括囊 无咎 无譽

육사 괄낭 무구 무예

음이 네 번째에 (또) 오면, 자루를 틀어 묶어서 허물도 없고 명예도 없이 하라.

 

六五 黃裳 元吉

육오 황상 원길

음이 다섯 번째에 (또) 오면, (황제의) 황색 옷을 입게 되리라. 비로소 길하리라.

 

上六 龍戰于野 其血玄黃

상륙 용전우야 기혈현황

극상의 자리에까지 음이 오니, 용이 들에서 싸우는 상이다. 그 피가 현玄한 색과 황색이리라.

 

用六 利永貞

용육 이영정

음효 전체를 한꺼번에 보자면, 이로운 것은 오래도록 정貞하는 것이다.



▘이하에서는 해석이 바뀐 부분에 대해 간략히 설명을 올리겠습니다. 

 

 

先迷後得主 利西南得朋東北喪朋 

선미후득주 이서남득붕동북상붕 

앞에 나서면 갈피를 잡을 수 없게 될 것이며, 뒤에 거하면 주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로운 것은 서남西南에서는 친구를 얻는 것이고 동북東北에서는 친구를 잃는 것이다.

 

이 대목은 기존에 “先迷後得主利 西南得朋東北喪朋”와 같이 끊어읽고 “...  뒤에 거하면 주된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서남西南에서는 친구를 얻어야 하고 ...”와 같이 해석했다. 하지만 여러 번의 검토 끝에 끊어읽는 곳을 바꾸었고, 그에 따라 해석이 변경되었다.   

 

 

六三 含章可貞 或從王事 无成有終

육삼 함장가정 혹종왕사 무성유종

음이 세 번째에 (또) 오면, ‘장章’을 머금어야 정貞할 수 있으리라. 간혹 왕의 일에 종사할 때는 (자신이 직접) 이루려 하지 말되 끝맺음은 두어야 한다.

 

3효사의 취지를 이해하려면 ‘장章’이 뜻하는 의미를 알아야 한다. 

 

‘장章’을 자전에서 찾아보면 '문장(文章), 구별, 표지(標識), 밝히다, 나타나다, 드러나다' 등의 뜻이 나온다. 어원은 辛(매울 신, 글자를 새기던 칼)으로 曰(표지)를 새기는 형상이다. 

이를 종합하면 원형적인 의미는 '표지(標識)'라고 할 수 있겠다. 표지란 다른 것과 구별하기 위해 남과 다른 자신만의 특성을 드러내는 것이다. 이로부터 '구별, 밝히다, 나타나다, 드러나다' 등의 뜻이 파생된다. 

 

『설문해자』는 장章에  대해 “악樂이 마치면 하나의 장章을 이루는 것이다[章 樂竟爲一章]”라고 해설한다. 그러므로 장章이란 그 자체로 완결된 의미를 담아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문장(文章)'은 완결된 의미를 담고 있는 글[文]이라고 할 수 있다. 

 

이상을 종합하면 장章은 완결된 의미를 담고 있는 표지로서 이를 통해 남과 구별되는 자신만의 특성을 밝게 드러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가문의 '문장紋章'에 장章이 들어간 경우가 그와 같은 취지를 잘 반영한 경우에 해당한다. 

 

그러므로 곤괘 3효사가 말하고자 하는 취지는, 곤의 길이 3단계에 이르면 이와 같은 ‘장章’을 입에 머금어야 정貞할 수 있으리라는 말이다. 곤의 길 3단계는 음효가 연속으로 3번 놓임으로써 위기가 초래되는 단계다. 이와 같은 위기상황에도 흔들리지 않고 정貞할 수 있으려면 ‘장章’을 입에 머금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의  ‘장章’이 무엇인지 선명하게 정립되어 있어야 한다. 

 

곤의 길은 건의 길 다음에 이어지는 인생의 후반부다. 그러므로 인생의 후반부를 살아가는 사람은 자신의  ‘장章’이 무엇인지 선명하게 정립되어 있어야 한다. 그래야 힘든 상황이 닥쳤을 때도 본능적으로 입에 머금을 수 있다. 

이것은 사람이 인생의 후반부를 잘 살아내기 위한 '선결조건'에 해당한다. 

 

그 ‘장章’은 곤의 괘사에서  '군자 유유왕君子 有攸往'으로 표현되고 있다. “군자가 가고자 하는 바”가 군자의  ‘장章’이다. 이를 통해 남과 구별되는 군자의 특성이 밝게 드러나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의 ‘장章’은 무엇인가? 

내가 가고자 하는 바는 무엇인가?

그를 통해 남과 구별되는 나의 특성이 밝게 드러나는 것, 그와 같은 ‘장章’을 나는 선명히 정립하였는가?

곤괘 3효사의 전반부는 이를 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