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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학 일반

둔屯괘(3) 해석

by dongmong 2020. 9. 28.

 

▘둔屯괘(3)의 괘효사 해석 중 생각이 바뀐 부분을 정리해서 올립니다. 

아래 괘효사 중에서 파란색으로 칠한 부분이 『주역독해』로부터 해석이 바뀐 구절입니다.

아래에서 보시는 바와 같이 둔屯괘(3)에는 '승마반여乘馬班如'라는 표현이 세 번 등장하는데, 이 구절에 대한 해석이 바뀐 것입니다. 



初九 磐桓 利居貞 利建侯

초구 반환 이거정 이건후

처음에 양이 오니, 반석이 굳고 튼튼한 상이다. 이로운 것은 정貞함에 머무르는 것이다. 이로운 것은 제후를 세우는 것이다.

 

六二 屯如邅如 乘馬班如 匪寇 婚媾 女子 貞 不字 十年 乃字

육이 둔여전여 승마반여 비구 혼구 여자 정 부자 십년 내자

음이 두 번째에 오니, 둔屯치는구나, 머뭇거리는구나. 전차의 말들이 벌려섰구나. 침범할 것이 아니라 혼인동맹을 맺을 일이다. (그런데) 여자가 정貞해서 아이를 낳지 않으려 하나, 10년이면 이에 아이를 낳을 것이다.

 

六三 卽鹿无虞 惟入于林中 君子 幾不如舍 往 吝

육삼 즉록무우 유입우림중 군자 기불여사 왕 린

음이 세 번째에 오니, 사슴에 다가드는데 우인虞人이 없어서 숲속으로 들어가게 되는 상이다. 군자라면 버림만 같지 못하다는 기미를 눈치채야 한다. 그대로 행하면 (결과가) 인색할 것이다. 

 

六四 乘馬班如 求婚購 往 吉 无不利

육사 승마반여 구혼구 왕 길 무불리

음이 네 번째에 오니, 전차의 말들이 벌려섰구나. 혼인동맹을 구하고자 행하면 길할 것이다. 불리할 것이 없다.

 

九五 屯其膏 小貞 吉 大貞 凶

구오 둔기고 소정 길 대정 흉

양이 다섯 번째에 오니, 둔屯쳐서 그 곳을 기름지게 한 상이다. 작게 정貞하면 길하고 크게 정貞하면 흉하리라.

 

上六 乘馬班如 泣血漣如

상륙 승마반여 읍혈연여

극상의 자리에까지 음이 오니, 전차의 말들이 벌려섰구나. 피눈물이 물결처럼 흐르는구나. 

 

屯 元亨 利貞 勿用 有攸往 利建侯

둔 원형 이정 물용 유유왕 이건후

둔屯은 으뜸으로 형통하다. 이로운 것은 정貞하는 것이다. 작용하지 말라. 가려는 바가 있다면 이로운 것은 제후를 세우는 것이다.



▘이하에서는 해석이 바뀐 부분에 대해 간략히 설명을 올리겠습니다. 

 

 

'승마반여乘馬班如' 구절은 원래 주역을 풀이한 책마다 견해가 다양한 구절이다. 

『주역독해』에서는 '乘(승)'을 '오르다'는 뜻의 동사로, '班(반)'은 ‘나누다’는 뜻으로 보고,  '승마반여乘馬班如'를 ‘말에 올랐다가 나누어진다 → 말로부터 나누어진다 → 도로 내린다’는 의미라고 생각했다. 그에 따라 “말에 올라탔다가 도로 내리는구나”로 해석했다. 

 

그런데 다시 보니 이 구절에서 '乘(승)'은 '전차戰車'를 가리키는 표현으로 쓰인 것이다. 

역易의 시대에는 전차戰車가 전투의 기본 수단이었기 때문에, 나라의 국력은 몇 대의 전차를 동원할 수 있는가로 측정되었다. 예를 들어 '천승지국千乘之國'이라고 하면 천 대의 전차를 동원할 수 있는 '대국'임을 뜻한다. 이처럼  '乘(승)'은 동사만이 아니라 '전차戰車'를 가리키는 명사이기도 한데, 둔괘에서는 후자의 뜻으로 쓰였다.  

 

또한 '班(반)'은 '나누다, 벌려서다, 차례, 자리, 줄' 등의 뜻이 있는데, 그 원형적인 의미는 차례나  자리를 나누어 질서정연하게 벌려선 것을 가리킨다.  

둔괘에서는 원형적인 의미로 쓰여서 '승마반여乘馬班如'는 전차의 말들이 질서정연하게 제 자리를 잡고 벌려선 것을 가리킨다. 

그 의미는 그동안 둔屯을 쳐온 군자의 노력, 즉 방어진지를 구축하고 자신의 역량(군사력)을 강화하고자 불철주야 노력해온 군자의 노고가 일정한 성과를 달성했음을 상징한다. 군사력이 강화된 모습을, 전차의 말들이 질서정연하게 제 자리를 잡고 벌려선 모습으로 표현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