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동양학 일반

비比괘(8) 해석

by dongmong 2020. 10. 7.

 

▘비比괘(8)의 괘효사 해석 중 생각이 바뀐 부분을 정리해서 올립니다. 

아래 괘효사 중에서 파란색으로 칠한 부분이 『주역독해』로부터 해석이 바뀐 구절입니다.



初六 有孚比之 无咎 有孚盈缶 終來有他 吉

초륙 유부비지 무구 유부영부 종래유타 길

처음에 음이 오니, 믿음을 가지고 친근하게 대하면, 허물이 없으리라. 믿음을 둘 때는 술동이를 채우듯 하면 종국에는 달라짐이 있게 되어 길할 것이다.

 

六二 比之自內 貞 吉

육이 비지자내 정 길

음이 두 번째에 오니, 안으로부터 친근하게 대하는 상이다. 貞하면 길하리라.

 

六三 比之匪人

육삼 비지비인

음이 세 번째에 오니, 친근하게 대했는데 (상대가) 사람이 아닌 상이다.

 

六四 比之 貞 吉

육사 비지 정 길

음이 네 번째에 오니, 겉으로 친근하게 대하는 상이다. 정貞하면 길하리라.

 

九五 顯比 王用三驅 失前禽 邑人不誡 吉

구오 현비 왕용삼구 실전금 읍인불계 길

양이 다섯 번째에 오니, 친근하게 대함을 드러내보이고자 왕이 (사냥할 때) 세 번 몰도록 하는 ‘삼구三驅’의 법을 쓰는 상이다. 먼저 나온 짐승은 놓아주니 읍인들이 (왕을) 경계하지 않게 된다. 길하리라.

 

上六 比之无首 凶

상륙 비지무수 흉

극상의 자리에까지 음이 오니, 친근하게 대하다 보니 우두머리가 없는 지경에 이르는 상이다. 흉하리라. 

 

比 吉 原筮 元永貞 无咎 不寧方來 後 夫 凶

비 길 원서 원영정 무구 불령방래 후 부 흉

비比의 도는 길하다.

원래의 점은 으뜸으로 오래도록 정貞하면 허물이 없다는 것이었으나,

안녕하지 못한 상태가 바야흐로 찾아오니 뒤에는 지아비가 흉하게 되리라. 



▘이하에서는 해석이 바뀐 부분에 대해 간략히 설명을 올리겠습니다. 

 

初六 有孚比之 无咎 有孚盈缶 終來有他 吉

초륙 유부비지 무구 유부영부 종래유타 길

 

1효사의 '有孚'를 『주역독해』에서는 “믿음을 둠이”라고 서술했던 것을 “믿음을 둘 때는”으로 바꿨다. 이 부분을 바꾼 것은 엄밀히 말하면 해석을 바꾼 것은 아니고 단지 후자의 표현이 원래 했던 해석의 취지를 보다 잘 드러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六二 比之自內 貞 吉

육이 비지자내 정 길

음이 두 번째에 오니, 안으로부터 친근하게 대하는 상이다. 貞하면 길하리라.

 

2효사에 대해서는 해석을 바꾸었다. 『주역독해』에서는 2효사의 의미를 '내부에서부터', 즉 가신이나 하인 등 집안 사람들부터 친근하게 대한다는 취지로 풀이했다. 하지만 다시 보니 2효사의 의미는 그게 아니라 군자가 '마음 속으로부터' 친근하게 대한다는 취지이다. 이는 다음에 보듯 4효사와 대응하는 표현이다. 

그에 따라 종래 “안에서부터”라고 풀이했던 것을 “안으로부터”로 바꿨다. 

 

六四 比之 貞 吉

육사 비지 정 길

음이 네 번째에 오니, 겉으로 친근하게 대하는 상이다. 정貞하면 길하리라.

 

4효사의 취지를 종래는 집 “밖에서” 친근하게 대하는 것으로 풀이했다. 하지만 다시 보니 앞선 3단계에서 친근하게 대하다 사람이 아닌 사람인 '비인匪人'을 맞닥뜨리는 위기를 겪고 나서 이제는 '마음 속으로부터'가 아닌 '겉으로' 친근하게 대한다는 취지이다. 

비인을 만나 고생하는 위기를 겪고나서 이제 군자는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무턱대고 마음을 여는 것이 아니라 일단은 겉으로만 친근하게 대한다. 그리고 나서 그가 비인이 아닌 사람, 즉 진정한 사람임을 확인하고 나서 마음으로부터 친근하게 대하는 것이다.

군자가 친근하게 대하는 '비比'의 도를 밟아나가면서 더욱 노련해진 것이다. 이렇게 터득한 노련함을 바탕으로 이후 절정의 단계인 5단계로 나아가는 것이다.      



九五 顯比 王用三驅 失前禽 邑人不誡 吉

구오 현비 왕용삼구 실전금 읍인불계 길

양이 다섯 번째에 오니, 친근하게 대함을 드러내보이고자 왕이 (사냥할 때) 세 번 몰도록 하는 ‘삼구三驅’의 법을 쓰는 상이다. 먼저 나온 짐승은 놓아주니 읍인들이 (왕을) 경계하지 않게 된다. 길하리라.

 

5효사에 등장하는 ‘삼구三驅’의 법에 대한 해석을 바꾸었다. 필자가 종래 삼구의 법을 잘못 이해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왕이 사냥할 때 쓰는 ‘삼구三驅’의 법은 짐승을 삼면에서 몰도록 하는 것(종래 해석한 방식)이 아니라 세 번 몰도록 하는 것이다. 

세 번 모는데, 앞서 두 번에 걸쳐 나온 짐승은 죽이지 않고 놓아줌으로써 왕의 넓은 아량을 과시한다. 하지만 세 번째 나온 짐승은 놓아주지 않고 죽임으로써 왕의 엄격한 권위 역시 확립한다. 

 

이 삼구의 법은 왕의 법 집행에 대한 상징인데, 왕이 내린 명령을 어긴 사람에 대해 처음 두 번은 용서해줌으로써 왕의 넓은 아량을 과시하지만, 세 번째는 절대 용서하지 않고 반드시 엄하게 처벌하는 것이다. 

만약 세 번째도 아량을 보인다고 해서 용서한다면 이후로는 왕의 령令이 서지 않게 되므로 이는 절대 금물이다. 

반대로 왕의 령令을 세운다고 해서 처음 어긴 사람부터 엄하게 처벌한다면 왕은 백성들의 두려움의 대상이 될 뿐, 백성들은 왕에게 마음을 주지 않는다. 

그러므로 왕은 처음 두 번에 걸쳐 용서하는 아량을 보임으로써 백성들의 마음을 얻는 것이다. 이로써 백성들의 마음을 얻고자 하는 비比의 도가 절정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