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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학 일반

易(역)자의 어원은?

by dongmong 2018. 8. 16.


易(역)자의 어원은 아직까지 명쾌하게 밝혀지지 못한 상태로 있다. 이에 대한 검토는 『한자의 뿌리』(김언종 저, 문학동네)가 가장 상세하므로, 이를 토대로 정리해본다.


첫째, ‘해와 달의 상형설’이 있다. 이는 아래 <표 1 >의 소전小篆에서 勿 부분을 月의 변형으로 보아 해와 달의 상형이라고 설명하는 것이다. 하지만 갑골문, 금문을 보면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표 1> 易(역)의 자형 변천

갑골문甲骨文

금문金文

소전小篆



둘째, ‘도마뱀’의 상형으로 보는 설이 있다. 도마뱀이 환경에 따라 색깔을 쉽게 바꾸기 때문에 여기서 ‘바꾸다’라는 의미가 나왔다는 설명이다.

『설문해자』가 이러한 견해를 취했기에 그동안 널리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표 1>에서 금문金文 이후를 보면 모양이 도마뱀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갑골문을 보면 거리가 멀다.


셋째, 주석 錫(석)자의 본자로 보는 설이 있다. <표 1>에서 갑골문 모양의 오른쪽 부분은 ‘주석 덩어리 모양’이고 왼쪽은 ‘용액溶液’의 상형이라는 견해이다.


넷째, 가장 최근에 등장한 견해로 ‘그릇에 있는 물을 다른 그릇에 붓는 모양’의 상형인 益(익)자의 약자라는 설이다(아래의 <그림 1> 참조).

<그림 1> 益(익)의 갑골문


복잡했던 글자가 생략되는 과정에서 그릇의 손잡이 부분과 옮겨 붓는 물을 상징하는 세 점만 남았다는 견해이다.

『한자의 뿌리』에 따르면, 이 넷째 설이 전문학자들의 지지를 가장 많이 받고 있다고 한다. 이 경우 易(역)은 물을 ‘갈다’는 의미로 새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같은 갑골문 단계에서 <그림 1>의 자형이 과연 <표 1>의 갑골문 자형처럼 크게 변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그러므로 필자는 다섯째 설을 새로이 제시해보고 싶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표 1>에서 갑골문 모양의 오른쪽 부분은 ‘초승달 모양’이고 왼쪽은 ‘달빛’의 상형이 아닌가 싶다.

<그림 2> 月(월)의 갑골문

달[月]은 끊임없이 그 모습이 변화한다. 하지만 무질서하게 변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변화의 원리에 따라 변하는 것이다. 그에 따라 달이 변화하는 모습을 관찰하면 시간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고, 조수의 변화도 알 수 있다. 고대에는 이러한 달을 기준으로 달력을 만들었고 지금도 우리는 ‘달력’이라 말하고 있다. 또한 달빛은 어두운 한밤중에 길을 비추어주며 시간을 가늠하게 해준다.


전통시대에는 이러한 달의 덕을 임금의 성덕에 비유하기도 했다. 정조임금 같은 이는 ‘만천명월주인옹萬川明月主人翁’을 자신의 호로 삼아, 만백성을 고루 비추는 자신의 통치를 밝은 달[明月]과 같다고 자부하기도 했던 것이다.


이러한 달의 변화하는 모습은 그대로 『역易』의 취지와 부합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특히 은殷의 귀장역歸藏易에서는 양陽보다 음陰을 앞세웠으므로 더욱 그러하다.

그러므로 필자는 易(역)자의 갑골문은 초승달이 빛을 비추어주는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 아닌가 생각해보는 것이다.  



- 동양학연구소(eastology.org)

 

 

 

* 이 글은 강병국, 『주역독해』, 위즈덤하우스, 2017에서 발췌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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