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글21 주역과 불변응만변(不變應萬變) 不變應萬變(불변응만변)은 “불변은 만변에 응한다”는 뜻이다. 불변은 만변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만변에 기꺼이 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말은 변화에 대처하는 군자의 자세를 표현하는 말로 널리 쓰이는데, 백범 김구 선생이 1945년 해방을 맞아 귀국하기 전날 저녁 이 문구를 써서 남긴 족자가 다음과 같이 전하며, 베트남의 민족영웅 호찌민의 좌우명으로도 유명하다. 그런데 이 ‘불변응만변不變應萬變’ 다섯 글자는 주역의 철학을 함축한 글이기도 하다. 《주역》은 ‘시중時中의 도道’로서 변화의 원리에 대해 말하는 책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기 주관을 버리고 변화에 순응할 것만을 강조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주역》이 말하는 변화의 핵심적인 원리는 변하지 않는 것이 있어야 한다는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주역》에.. 2018. 3. 31. 신영복, 마지막 잎새, 주역 《주역》에는 ‘마지막 잎새’를 연상케 하는 괘가 하나 있다. 23번째 괘인 박剝의 상을 보면, 양효가 맨 끝에 하나 외로이 달려 있어 영락없는 마지막 잎새의 상을 하고 있다. 게다가 이 마지막 잎새는 이제 곧 떨어지고 말 것이며, 이를 지켜보는 군자는 그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동안 음기운이 1효에서부터 계속 팽창하면서 양기운을 하나씩 박탈하며 올라오는 것을 지켜봐왔기 때문이다. 이제 곧 하나 남은 양효 마저 떨어지고 나면, 온 세상이 암흑천지로 바뀌고 말리라는 사실 역시 잘 알고 있다. 결국 박剝의 때에 처한 군자가 하나 남은 6효의 양을 쳐다보는 심정은 ‘마지막 잎새’를 바라보는 심정과 유사할 수밖에 없다. 그의 심정은 암담함 그 자체일 것이다.이러한 때에 군자는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가? 이 박.. 2018. 3. 29. 법정스님의 인연과 《주역》 법정스님이 남기셨다고 전하는 다음의 글을 인터넷에서 자주 접하게 된다. 함부로 인연을 맺지 마라 함부로 인연을 맺지 마라. 진정한 인연과 스쳐가는 인연은 구분해서 인연을 맺어야 한다. 진정한 인연이라면 최선을 다해서 좋은 인연을 맺도록 노력하고, 스쳐가는 인연이라면 무심코 지나쳐버려야 한다. 그것을 구분하지 못하고, 만나는 모든 사람들과 헤프게 인연을 맺어놓으면, 쓸 만한 인연을 만나지 못하는 대신에 어설픈 인연만 만나게 되어 그들에 의해 삶이 침해되는 고통을 받아야 한다. 인연을 맺음에 너무 헤퍼서는 안 된다. 옷깃을 한번 스친 사람들까지 인연을 맺으려고 하는 것은 불필요한 소모적인 일이다. 수많은 사람들과 접촉하고 살아가고 있는 우리지만, 인간적인 필요에서 접촉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은 주위에 몇몇 사람.. 2018. 3. 23. 이전 1 2 3 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