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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글18

소음인이 쓴 시, 보들레르의 여행(악의 꽃) 보들레르의 여행(악의 꽃)은 소음인이 쓴 시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영감에 사로잡혀서 언제든 심연으로 뛰어들 준비가 되어 있는 소음인의 성정이 어떤 것인지 잘 보여줍니다. ------------------------------------------------------------ 여행 지도와 사진을 사랑하는 아이에게 우주는 그의 광대한 입맛 만큼이나 넓다 아! 램프의 빛에 비친 세상은 얼마나 큰가! 돌아보는 눈에는 세상이 얼마나 작은가! 어느 아침에 우리는 떠난다, 머릿속은 불꽃으로 가득하고 마음은 원한과 쓰라린 욕망으로 무겁다 그리고 우리는 파도의 리듬을 따라 간다 우리의 무한을 바다의 유한 위에 흔들면서 ...... 망보는 사람이 가리키는 섬들은 모두 운명이 약속한 하나의 엘도라도 ; 우리의 .. 2023. 10. 18.
주역학자가 말하는 태극기와 일장기의 차이 (태극기의 의미) 여기 태극기가 있습니다. 태극기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기이기에 많은 한국인이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그런데 의외로 태극기가 무엇을 상징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태극기가 상징하는 바를 일장기와 비교해서 살펴보려고 합니다. 여기 태극기와 일장기가 있습니다. 국기는 나라의 상징입니다. 그러므로 그 나라 국민이 가지고 있는 가장 기본적인 생각을 반영하는 것이기에 중요합니다. 그러면 태극기와 일장기 중에서 태극과 붉은 해를 직접 비교해보겠습니다. 이처럼 두 나라 국기는 공통적으로 원을 중요한 상징으로 쓰고 있습니다. 여기서 원은 완전함을 상징합니다. 일찍이 카를 융은 원이 인간의 영혼, 인간의 마음의 온전한 전체를 상징한다고 했습니다. 이지러짐이 없는 온전한 전체, 그것을 상징하는.. 2020. 8. 19.
고흐, 루벤스와 『주역』의 소휵小畜괘 주역의 9번째 괘인 ‘소휵小畜’은 굴레를 씌워 길들이는 원리이면서 동시에 작은 부富를 이루는 원리에 대해 말하고 있다(큰 부富를 이루는 원리는 26번째 괘인 ‘대휵大畜’에 해당한다). 여기서 굴레를 씌워 길들여져야 하는 대상은 우리 모두이다. 인간은 누구나 사회적 동물이어서 ‘공동체’를 떠나서는 생존할 수 없기 때문이다.인간이 공동체에 속해서 타인과 함께 조화를 이루면서 살아가려면, 일정 부분 굴레를 받아들여서 길들여지지 않으면 안 된다. 결국 자유를 희구하는 인간 존재가 속박을 받아들여야만 하는 모순적 상황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모순을 어떻게 소화하고 조화시킬 것인가는 인류의 영원한 숙제요 고민이 아닐 수 없다.이 때문에 공자孔子는 사람이 신뢰할 수 없다면, 그가 무엇이 가능한지 알 수 .. 2018. 4. 4.
주역과 불변응만변(不變應萬變) 不變應萬變(불변응만변)은 “불변은 만변에 응한다”는 뜻이다. 불변은 만변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만변에 기꺼이 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말은 변화에 대처하는 군자의 자세를 표현하는 말로 널리 쓰이는데, 백범 김구 선생이 1945년 해방을 맞아 귀국하기 전날 저녁 이 문구를 써서 남긴 족자가 다음과 같이 전하며, 베트남의 민족영웅 호찌민의 좌우명으로도 유명하다. 그런데 이 ‘불변응만변不變應萬變’ 다섯 글자는 주역의 철학을 함축한 글이기도 하다. 《주역》은 ‘시중時中의 도道’로서 변화의 원리에 대해 말하는 책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기 주관을 버리고 변화에 순응할 것만을 강조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주역》이 말하는 변화의 핵심적인 원리는 변하지 않는 것이 있어야 한다는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주역》에.. 2018. 3. 31.
신영복, 마지막 잎새, 주역 《주역》에는 ‘마지막 잎새’를 연상케 하는 괘가 하나 있다. 23번째 괘인 박剝의 상을 보면, 양효가 맨 끝에 하나 외로이 달려 있어 영락없는 마지막 잎새의 상을 하고 있다. 게다가 이 마지막 잎새는 이제 곧 떨어지고 말 것이며, 이를 지켜보는 군자는 그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동안 음기운이 1효에서부터 계속 팽창하면서 양기운을 하나씩 박탈하며 올라오는 것을 지켜봐왔기 때문이다. 이제 곧 하나 남은 양효 마저 떨어지고 나면, 온 세상이 암흑천지로 바뀌고 말리라는 사실 역시 잘 알고 있다. 결국 박剝의 때에 처한 군자가 하나 남은 6효의 양을 쳐다보는 심정은 ‘마지막 잎새’를 바라보는 심정과 유사할 수밖에 없다. 그의 심정은 암담함 그 자체일 것이다.이러한 때에 군자는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가? 이 박.. 2018. 3. 29.
법정스님의 인연과 《주역》 법정스님이 남기셨다고 전하는 다음의 글을 인터넷에서 자주 접하게 된다. 함부로 인연을 맺지 마라 함부로 인연을 맺지 마라. 진정한 인연과 스쳐가는 인연은 구분해서 인연을 맺어야 한다. 진정한 인연이라면 최선을 다해서 좋은 인연을 맺도록 노력하고, 스쳐가는 인연이라면 무심코 지나쳐버려야 한다. 그것을 구분하지 못하고, 만나는 모든 사람들과 헤프게 인연을 맺어놓으면, 쓸 만한 인연을 만나지 못하는 대신에 어설픈 인연만 만나게 되어 그들에 의해 삶이 침해되는 고통을 받아야 한다. 인연을 맺음에 너무 헤퍼서는 안 된다. 옷깃을 한번 스친 사람들까지 인연을 맺으려고 하는 것은 불필요한 소모적인 일이다. 수많은 사람들과 접촉하고 살아가고 있는 우리지만, 인간적인 필요에서 접촉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은 주위에 몇몇 사람.. 2018. 3.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