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글20 살아 있음에 대한 황홀감 신화학자 조지프 캠벨은 ‘신화의 힘’이라는 책에서 다음과 같이 흥미있는 발언을 합니다. 사람들은 말하지요, 우리 모두가 찾고자 하는 것이 삶의 의미라고. 나는 우리가 진실로 찾고자 하는 것이 그것이라고 생각지 않아요. 나는 우리가 찾는 것은 살아 있음에 대한 체험이라고 생각해요, 전적으로 물리적인(physical, 육체적인) 수준에서의 우리 삶의 경험이 우리의 가장 깊은 내적 존재와 실체 안에서 공명할 수 있도록, 우리가 살아 있음에 대한 황홀감(rapture)을 정말로 느낄 수 있도록이요. People say that what we're all seeking is a meaning for life. I don't think that's what we're really seeking. I think th.. 2024. 1. 29. 사람이 꼭 행복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지난 답사 뒷풀이 자리에서 “저는 행복하지 않다”고 잠깐 말씀드린 일이 있습니다. 이 말이 오해를 부를 수 있어서 부연설명을 좀 드리려고 합니다. 사람이 꼭 행복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불행해도 좋다는 말 역시 아닙니다. 행복과 불행 말고도 사람에게는 여러 가지 느낌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책에다가는 “자신의 팔자를 그대로 실현할 때 가장 뿌듯한 충일감을 느낄 수 있다”고 썼습니다. (원래는 ‘존재의 충일감’이라고 썼다가 ‘존재의’를 뺐다지요...) 저의 경우 요즘은 책도 잘 팔리고 여기저기서 출연 요청도 오고 하니 ‘행복’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집필하는 데만 만 2년이 꼬박 걸렸던 ‘주역독해’ 책은 잘 팔리지 않았습니다. 그럼 당시에 불행했느냐 하면 그렇지 않고, ‘이 책을 써냈다’는 .. 2024. 1. 21. 하느님, 하나님의 어원 우리 한국인들은 “하늘이 무섭지 않느냐, 이놈!”이라거나, “하늘이 보고 있다”와 같은 말을 자연스레 씁니다. 우리 애국가에는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라는 표현도 등장합니다. 한편 개신교에서는 신 여호와를 ‘하나님’이라 칭하고, 천주교에서는 야훼를 ‘하느님’이라 칭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용어에 혼란이 있는데요, 여기서 한번 정리하고자 합니다. ‘오십에 읽는 주역’ 책에서 짧게 소개했습니다만, 유라시아 대륙 북방지대에 폭넓게 분포했던 이(夷)족은 하늘을 숭배했습니다. 우리 한국인들도 이족의 한 지파입니다. 우리 선조들 역시 하늘을 숭배했기에 ‘하늘님’, ‘하느님’이라는 말은 우리 선조들에게 자연스러운 용어였습니다. 좀 더 정확하게는 ‘하ᄂᆞᆯ님’입니다. 조선시대 언문(한글) 가사에는 이 ‘하ᄂᆞ.. 2024. 1. 7. 지난 주 한국으로 돌아온 안중근 의사의 유묵 '용호지웅세기작인묘지태(龍乕之雄勢豈作蚓猫之熊)' 해석 안녕하세요? 다들 크리스마스 연휴는 즐겁게 보내셨는지요? 지난 주에는 아래와 같이 안중근 의사의 유묵이 우리나라로 돌아온 기쁜 일이 있었습니다. 안 의사의 유묵은 대체로 사형을 당하기 전 뤼순 감옥에 갇혀 있던 시기에, 안 의사를 인간적으로 흠모했던 일본인 간수나 당국자들의 청탁을 받고 써준 작품이 대부분입니다. 그러다 보니 일본인이 소장한 경우가 많은데요, 이번에 일본인 소장자가 서울옥션 경매에 출품한 것을 국내 소장가가 낙찰 받으면서 1세기만에 고국으로 환수된 것입니다. 경매 시작가가 4억원이었는데 19.5억원에 낙찰되었습니다. 국내의 어느 분이 낙찰받았는지 모르겠지만, 소중한 돈을 소중한 곳에 제대로 사용한 것입니다. https://www.mk.co.kr/news/culture/109.. 2023. 12. 25. 퇴행성 안녕하세요? 이제 몸이 거의 나아서 이렇게 인사드릴 겸 글을 올려봅니다. 그동안 저의 건강을 염려해주시고 성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 인사 올립니다. 골골거리면서 누워있는 동안 얼마 전 지하철에서 찍었던 아래의 시 한편이 생각났습니다. 책에서도 소개한 바 있듯이 지하철에서 볼 수 있는 시민공모작들 중에 좋은 시들이 많이 눈에 띕니다. 이처럼 아마추어 시인들에게서 좋은 시가 나오는 이유는 삶의 현장에서 길어올려진 시들이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 퇴행성 전민정 (2022 시민공모작) 퇴행성이란 말 참 슬프다 삐걱거리는 관절보다 더 슬프다 보폭 맞추며 반듯하게 걸어온 나날 되돌아갈 수 없는 옛말 퇴행성이란 밀려난다는 밀려나.. 2023. 12. 5. 오늘은 일본에 남은 조선의 명품 하나를 감상해볼까요? 조선의 명품은 고려 이전의 명품들과는 분위기가 확 달라집니다... 위는 일본의 국보 26호로 지정된 다완(찻사발)입니다. 위와 같은 다완을 일본에서는 일반적으로 '이도(井戶) 다완'이라 부르는데, 위 작품은 그 중에서도 최고 명품으로 '기자에몬 이도(喜左衛門 井戶)'로 불립니다. 교토의 대덕사(大德寺)라는 절에 보관중인데, 이 절에 보관되기까지의 내력과 일본 전국시대에 얼마만한 가치로 평가되었는지는 다음 블로그 글에 잘 나와 있습니다. https://m.blog.naver.com/23hyunsj/221174848609 조선에서는 그냥 '막사발'이었는데 일본에 건너가 국보가 되었다는 식으로 그동안 많이 얘기되었는데, 최근 들어 평가가 달라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최근의 경향에 대해서는 아래 언론기사에 잘 나.. 2023. 11. 22. 이전 1 2 3 4 다음